한인 연기 지망생 후원한 키다리 아저씨는 일본계
“한인 학생들의 재능이 뛰어나서 돕고 싶습니다. 저도 한때는 예술가를 꿈꾸던 학생이었으니까요.” 연극이나 영화계에 관심 있는 한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일본계 3세 판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LA다운타운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 민사소송부 어니스트 히로시게 판사(78). 한인 및 아시아계 법조계에서도 꽤 알려진 그는 최근 “연기에 재능이 있는 한인 고등학생들을 지원하고 싶다”며 LA카운티 예술고등학교와 오렌지카운티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돕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예술가, 배우, 작가, 감독 및 제작자의 개발을 지원하는 ‘아시안퍼시픽아메리칸프렌즈오브더시어터(APAFT)’를 통해 예술계 고등학생들의 장학금도 지원한다. 그는 “예전에는 연극과 연예계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며 “재능이 뛰어난 한인 학생들이 가진 재능을 맘껏 펼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그도 연극인을 꿈꾸던 학생이었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아시안 여배우 벳시 루의 의상을 전담했던 봉제사 어머니를 통해 영화에 아역 배우로 캐스팅된 그는 12살부터 16살 때까지 할리우드 영화와 TV시리즈물에 다양하게 출연했었다. 영화 중에는 배우 말론 브론드의 작품도 있다고 한다. 어릴 때 연기활동 경험은 법조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남가주의 대표적인 극단인 ‘센터시어터그룹(CTG)’의 이사로 18년간 몸담게 했다. 그는 CTG 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아시안 연극인들을 지원하는 APAFT를 10년 전 직접 설립했다. APAFT는 현재 남가주 50여 극장에 아시안들의 캐스팅과 아시안 관련 공연 확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히로시게 판사는 “아직도 브로드웨이 작품에서 활동하는 아시안의 비율은 3% 미만이다. 그만큼 아시안이 진출할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한인 2~3세들을 통해 K팝, K드라마가 더 퍼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우스코스트 레페토리 극장에서 상연하는 연극 ‘콜맨 72’도 APAFT에서 후원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인 이민세대의 갈등을 소개하는 연극으로 한인 작가 찰리 오가 쓴 연극이다. 오는 14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에는 한인 배우 폴 준, 제시카 고, 줄리 이, 륜 류가 출연하고 있다. 히로시게 판사는 “작품도 좋고 배우들도 훌륭하다. 좋은 작품인 만큼 많은 한인이 관람했으면 한다”고 한인 커뮤니티에 추천했다. 히로시게 판사는 UCLA, UC 헤이스팅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LA카운티 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1982년 법조계에 소수계 등용을 확대하던 제리 브라운 전 주지사를 통해 판사로 임명됐다. 70년대 초 일본계변호사협회(JABA) 설립 멤버이며, 부인이 한국계(미셸 김)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일본 지망생 한인 고등학생들 한인 학생들 한인 이민세대